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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들리는소리

전원주택 짓기

by 비바그레이 2006. 2. 1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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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산악 패러글라이딩을 마치고 평창으로 돌아왔다.

커피와 토스트로 소박한 아침식사를마치고 데크에 나와 앉는다.

 

마당에 눈이 50여 센티정도 소담스럽게 쌓여있다.
이젠 입춘이 지나서인지 눈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데크에 나와 오래도록 앉아있어도 춥지않을정도이니 계절의 변화를
무섭도록 정확하게 돌게하는 절대자의 힘을 새삼 느낀다.

잠시 눈을감고 계절변화의 소리를 듣기로했다.
눈을감으니 몸의 다른감각들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눈위의 음식을 먹으려 바지런히 다니는 까치를비롯한 여러새의 날개짓소리.
순간 새소리가 하나 둘이 아님을느낀다. 이름모를 대여섯 종류의 새울음 소리가
들린다, 내공이 깊으면 의사소통도 가능할듯......

바로앞 계곡에서 얼음장 밑으로 맑은 물이 꿈뜰거리며 흐르는소리.

눈이 녹으며 조금씩 가라앉는소리.
늙은소나무가지가 눈무게를못이기고 기우는소리.

고드름에서 물이 나무테크위로 떨어지는소리.
그러다가 고드름 덩어리가 통채로 떨어져 깜짝 놀라기도하고.

양지쪽에선 지붕의눈이 녹아 홈통을 타고 졸졸 흐르다 빗물받이에 부딧는소리.

이따금 딱다구리가 앞마당의 커다란 나무를 쪼는소리가 오케스트라의
톰톰 드럼을 3연타로 두드리는것보다 훨씬 빠르게 들린다.

눈위에서 제철을 만난 복돌이가 눈위를구르며 털 비비는소리
동네 강아지들이 춘정을 못이겨 산발적으로 우짖는소리.

파아란 하늘에 하얀 비행운을 남기며 어디론가 사라지는 비행기의
그림자 너머로 한참후에 들리는 하늘을가르는소리.

앞집 전선생님댁 송아지가 여물먹는소리.

따듯해진 데크위에서 아물아물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의 소리없는 아우성.

눈감고 있는 내곁을 살짝지나가는 산고양이의 발자국소리.

작년에 심은 나뭇가지에 물이 올라가고있는소리도 들리는듯합니다.

내가슴속에서 묵직히울리는 심장의 소리가 살아있음의 기쁨을 느끼게
해줍니다, 오랜만에 잊혀졌던 소중한 소리들을듣고 다시 눈을떠 세상을 봅니다.

원초적인 파란색의 하늘과 아무색깔도 없는 하얀눈과 그속의 창조물을 봅니다.

학창시절에 배운 권두시 "윤사월" 에 나오는 산지기눈먼처녀가 문설주에 귀대고
엿듣고 있었던 소리가 어떤소리인지 이제야 알듯합니다.

아....! 나는 살아있습니다....그래서 행복합니다.

 

 

(집 바로옆 계곡입니다, 계곡물이 가운데 부터 녹기시작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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