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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천화대

산에 오르기

by 비바그레이 2005. 4. 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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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이 잊으리오 꿈같은 산행을 잘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

거의 10년전 설악산 천화대 등반을 마치며 하산하면서 불렀던 "설악가" 의 마지막 부분이다.

그 설악산의 천화대을 다시찾았다.
설악골 초입은 예나지금이나 변함없었고, 맑은 계곡물은 속세의 모든 티끌을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이틀간 먹을 식수를 채우고, 암벽 장비을 챙겼다. 안전벨트에 매달린 카라비너와 하강기등 장비의 부딪히는 소리는 산사의 풍경소리보다도 더 맑아서, 젊은날 바위에 미쳤던 내 영혼을 다시 깨우고 있었다.

가벼운 떨림을 느끼며 드디어 스타트, 후배들과 실로 오랜만에 자일을 묶어본다.
시지프스의 신화 처럼 끊임없는 오름짓과 하강의 반복, 온몸의 근육은 더이상 나의것이 아닌듯 가벼운 펌핑 현상마져보인다.
에베레스트를 다녀온 후배들 답게 한동작 한동작이 안정적이며, 확실한 확보 후에 행동은 더욱믿음이간다. 그대들이 이룬 오대륙최고봉 무사고 등반은 우연이 아니라 끝없는 훈련의 결과라는것을 느낀다.

암봉을 넘나드는 구름사이로 오늘하루 잘곳을 찾았다.
천화대에서의 비박은 전문 산악인 아니면 꿈도 꿀수없는 환상적인 야영이며 등반의 일부다.

낮게드리운 구름을 이불삼아 바위에누워 바라보는 동해안의 불빛들... 이곳에서의 쐬주 한잔은 우리를 신선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가슴벅차 오르도록 온몸으로 느끼는 아름다움은 차라리 약간의 슬픔이었다.

코끝을 간지르는 새벽이슬과 꿈속인듯아련히 들리는 다른팀의 등반장비 부딪히는소리에 잠을깬다.
구름에가려 동해의 일출은 볼수없지만 태고의 새 아침이 열리는듯 운무가 발앞에서 어지럽게 흐트러진다.

다시장비를 추스르고, 하강과 오름의반복, 주먹을 쥘힘정도는 남겨야 안전하게 마지막 하강을 할수있는데.....

왕관봉 정상에서 사진 한컷, 주변에 아무것도 안보여 아쉽지만 오버행에서 구름속으로 자일을 던지고 허공에 매달려 내려올때는 마치 하늘과통하는 신선들의 세계에 들어있는듯했다.

금강초롱등, 바위틈의 야생화와 함께 나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 알몸으로 얼음같이 시린 설악골계곡물에 온몸을 담근다.
온몸이 마비될때 까지 버텨본다. 이러다가 얼어서 산의 일부가 되어도 좋으리....

" 잘있거라 설악아 내다시 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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